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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무엇이고 우리는 어디서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유현준 작가의 책 리뷰(2) 후반부
유현준은 대한민국의 건축가이다. 그리고 작가이다. 집이라는 것이 우리의 의식에서 자리하는 부분은 얼마 큼일까. 의식주라는 단어만 살펴보더라도 우리는 집을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현준 작가는 이런 '집'에 대해 경제적이고 이해타산적인 분석이 아니라 문화적인 분석을 통해 집이 어떤 문화적 가치를 가지고 있고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의식적인 부분에서 탐구하였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앞서 살펴봤던 기술적이 측면의 부동산의 시각을 넘어 보다 넓은 시야에서 집을 알 수 있게 되었다.
1. 농업혁명을 일으킨 건축
괴베클리 테페라는 인류의 최초 건축물은 그 당시의 인간상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흔적이다.
2. 융합의 용광로
도시라는 발명품은 그 시절 인간이 한계를 뛰어넘는데 발판을 제공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전후에 기적처럼 부흥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건축적으로 보면 그 이유 중 하나는 전후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상경해서다. 과거에는 만날 수 없었던 다른 지방 출신의 사람들이 서울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교류하면서 근대화가 가능해지고 시너지를 발생시켰다. 과거의 문명이 발전한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인구과밀에 적합한 조건을 가지고, 잘 관리해 냈던 곳은 지속적으로 성장에 도시가 되고 부와 권력의 중심이 되었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곳 사라졌다.
여기서 말하는 그 조건은 바로 고밀화 대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다가구 다층 주택이다.
3. 미래의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10년 후에는 편의점을 제외하고는 거리에서 물건 파는 가게는 사라지고 식당이나 미장원 같이 직접 먹거나 내 몸에 직접적인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상점들만 남을 것이다.
도시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실생활 공간에서 상업 시설이 줄어들면 우연히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가 줄어든다. 이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인 다양하고 우연한 만남이 줄어든 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들의 과밀화가 가상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맘 카페, 지역 동호회, 취미)
4. 시대정신과 건축 공간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의 지위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유빌 하라리는 과거에는 모든 것이 인간 중심이었다면 오늘날 동물을 인간과 비슷한 급으로 바라보는 가치관이 지지를 받는다고 말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동물을 우리에 가두는 동물원을 비판하고 동물의 권리도 주장한다. 하라리는 이러한 동물의 권위 상승을 인공지능의 발달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과거 인간은 동물 중에서 가장 뛰어난 지능으로 동물과 차별화되는 의미를 가졌다. 하지만 지금은 인공지능이 퀴즈게임이나 바둑에서 인간을 이기는 시대가 되었다. 인간은 더 이상 지구 상에서 가장 똑똑한 동물이라는 독보적인 자리를 지킬 수 없게 되었다.
인간은 지난 수십 년 간 인간의 존엄성을 확보해 주었던 종교의 권위도 없앴다. 인간은 점점 동물과 동등해져가고 있다. 그래서 인간들은 동물이 된 자신들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동물의 존엄성을 높이고 있다는 이야기다.(동물의 지위를 높여야 같은 종인 인간의 지위도 높아진다는 생각이다)
동물과 인간이 비슷해지는 이러한 시대에 한쪽에서는 '기술적 인본주의자'들이 인간을 기계와 동화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일론 머스크는 뇌와 컴퓨터 네트워크를 연결함으로써 인간의 지능적 한계를 없애려고 한다. 기계가 우리 위에 있으니 인간을 기계와 한 범주로 묶으려는 시도이다.
5. 뉴요커가 좁은 집에 살아도 되는 이유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집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선진국 중에는 아마도 단위 면적당 부동산이 가장 비싼 뉴욕에 사는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뉴요커들의 라이프를 살펴보면 그렇게 비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공간 소비의 측면에서 뉴요커들은 아주 넓은 면적을 영유하며 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뉴요커들의 삶은 자신들이 세 들어 사는 작은 방에 갇혀 있지 않다. 그들은 도시 곳곳에 퍼져있는 재미난 공간들을 거의 무료로 들키면서 살 수 있다.
뉴요커들도 1인 가구가 대부분이지만 그들은 외롭다거나 무료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강 건너 뉴저지에 사는 4인 가족보다 더 활기 넘치게 산다.
우리도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변화에 맞는 우리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 돈이 많은 사람만 갈 수 있는 공간들로 채워 갈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무료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들이 다양하게 많아져야 한다.
즉 보편적인 주거 환경의 보급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인프라가 고르게 깔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6. 힙합가수가 후드티를 입는 이유
힙합가수들이 후드티를 입어서 시야를 가리는 이러한 행위는 시선을 차단해서라도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려는 노력이다. 건축적으로 보면 후드티를 입은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을 가지기 어려운 도시 빈민들이다.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 만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시선을 차단하고 자신의 영역을 만들려고 한다.
지붕이 있는 공간을 소유하지 못하니 모자를 쓰고, 후드를 뒤집어쓴다. 돈이 좀 더 있으면 헤드폰을 산다. 나는 세상의 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사회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 나를 내버려 두라는 무언의 메시지다.
7. 비혼으로 혼자 살고 더 이상 아이를 가지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라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더 이상 한 곳에 오랜 기간 살 필요가 없어진다.
우리나라 전세 계약의 일반적인 기간은 2년이다. 2년 단위로 계약해도 별 문제 가 없을 정도로 우리의 삶은 정적이었다. 최근에 호황을 누리는 셰어하우스 사업을 보면 계약기간이 자유다. 사무실도 연 단위가 아니라 달, 혹은 주 단위로 계약하는 단기 임대가 늘어나고 있다. 인테리어와 가구까지 다 완비되어 있는 곳에 옷이나 컴퓨터만 가지고 가면 되는 집과 사무실로 바뀌고 있다.
이런 모습은 우리가 해외여행을 가서 느끼는 그런 편안함이 일상 속에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데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군중 속의 외로움'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는 '군중 속의 자유'이기도 하다.
여하튼 더 많은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앞서 말한 것처럼 소유하기보다는 빌리는 것으로 돌아 설 것이다. 그리고 이런 수요가 급증하면 그에 걸맞은 서비스들이 더욱더 자리를 잡을 것은 분명하다.
8. 배달의 민족이 바꾸는 도시
도시가 좋아지려면 성공적 상업 가로, 미술관, 공원 같은 불특정 다수가 갈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 그중에서도 상업 가로는 외부 공간과 실내 공간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공간으로 도시만이 제공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배달앱은 우리나라 도시의 풍경을 바꿀 것이다. 만약에 음식점 매출의 절반 이상이 배달로 이루어진다면 매장을 굳이 비싼 임대료를 내고 1층에 자리 잡을 이유가 없어진다. 3층도 지하도 상관 없어진다. 어쩌면 트레일러나 푸드트럭의 공간도 상관없을 것이다. 도심에 즐비한 상업시설이 줄어들 것이다. 배달의 속도만 보장된다면 도시는 자동차 중심의 거리가 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진화 현상을 리모델링, 리사이클링이라고 부르고 최근 들어서는 '업사이클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업사이클링은 좀 더 높은 의미와 가치를 가지도록 재생하는 것을 말한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루이스 설리번 : 근대 건축의 첫 장을 장식한 건축가) 자연의 디자인은 이렇듯 필연적 이유에서 발생한 결과다. (이는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 때 아주 유용한 철학이다)
9. 하지만 건축물에 시간이라는 요소가 첨가되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명제가 항상 성립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이 진화하고 기능을 따르지 않는 형태가 발생한다.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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